별  ★★

(노스포)

자기연민이 과잉된 영화. 2시간짜리 영화보다, 끝나고 나와 에미넴의 7분짜리 노래 을 듣는 것이 다섯배는 감동인 영화.

 원래 신카이 마코토 감독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스토리의 깊이 없이 작화의 멋으로만 고평가를 받는 감독이라서요. 스토리를 따지며 영화를 본것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오래 영화를 봐왔지만 스토리의 매력과 가치를 깨달은것은 한두달 전에 불과합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영화는 그저 작화에만 기댄 망작들 투성인걸 전부터 알았습니다.

 <날씨의 아이>는 감독의 감성이 과잉으로 홍수를 이루는 영화입니다. 마치 작중 설정처럼요. 소년 호다카에게 소녀 히나가 어떠한 의미를 지니는지 설득력이 부족합니다. 스포일러는 하기 싫으니 간략하게 말하자면, 후반부에 주인공이 그러한 감정을 분출해야하고, 그러한 선택을 왜 해야하는지 관객은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호다카가 도쿄에 오게된 이유부터 출발했어야 해요. 그리고 소녀 히나를 만나고 감정이 싹트는 과정이 호다카에게 어떠한 의미를 지니는지 설명하는데에 비중을 더 두었어야 합니다. 감독은 반대로 그 몰입을 방해하는 연출들을 과하게 늘어놓았습니다.

 나레이션으로 시작해 중간중간 들어간 회상과 나레이션들을 생각해봅니다. '나레이션'의 의미를 별로 생각해본적이 없습니다만, 나레이션은 관객과 인물과의 거리를 존중하지 않는 태도 입니다. 상황을 맞이한 인물의 감정이 어떨것인지 관객이 추측하지 못하도록, 인물의 내면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것입니다. 극의 시작에 세계관의 설명을 위한 도움이 될수는 있으나 길어지거나, 중반부에도 나레이션이 삽입되어버리면 몰입에 방해가 됩니다. <친절한 금자씨>에서 나레이션이 자주 등장합니다만 제3자의 목소리로 녹음되었고, 애초에 장르도 다릅니다.

 캐릭터가 도쿄에 온 동기를 시간순서로 그리는 것 아니라 회상씬으로 보여줍니다. 여주 히나가 남주 호다카에게 지니는 의미를 설명하기 위해서 갑툭튀로 등장하기 때문에, 기능만 있을뿐 관객의 연민은 끌어내지 못합니다. 나레이션이든 필요에의한 회상씬이든 감독이 생각하는 감정만 관객에게 주입식으로 부담스럽게 다가와있고, 설득력은 없는겁니다. 시간과 공을들여 살아있는 이야기를 정성스레 그려나가는게 설득력입니다.

 그러한 성향 그대로 작화가 드러납니다. 신카이 마코토의 작품은 2시간동안 '빛'무리가 휘영청한 이미지로 가득합니다.  빛은 감성을 자극하며 따뜻한 감정을 만들어냅니다.  낮에도 밤에도, 양지에도 음지에도, 사물에도 사람에도 빛만이 가득합니다. 영화는 미술이 아니라 '스토리'를 전달하기위해 영상과 이미지를 이용하는 장르입니 다. 강약조절없이 강하기만한 것은, 콜라없는 피자를, 단무지없는 자장면곱빼기를, 맥주없는 치킨을 먹는겁니다. 무엇이든 과하면 좋지않습니다. 휘황찬란한 도심과 자연을 처음부터 보여주기에, 정작 중요한 순간 작화의 가치 가 희미해집니다.  과한 감성은 아무때고 틀어놓은 음악들에도 드러납니다. 보컬의 음색도 그렇구요.

 사실 연출의 '양감'이 많거나 적거나에 옳은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을 감당할만큼의 스토리의 설득력이 있으냐죠. 그림실력을 자랑하려거든 일러스트를 그리거나, 각본가의 시나리오를 빌려 영화를 만들었으면 합니다. 초보 감독의 실수라면 귀엽겠지만 한두편째의 영화가 아니잖아요 신카이 감독님.  제 왓챠 취향분석엔 호소다 마모루가 선호감독 1위로 랭크되었습니다. 마모루도 마코토도 이제 다 나가리입니다. 둘다 졸작만 찍어내는 감독이 되었을 뿐이에요.